.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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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악몽

zeno 2008. 7. 30. 06:41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은 참 오랜만이다. 심지어 '출근'이란 행위를 하던 시절에도 이 시간에 일어났던 적은 없다. 사실 오늘 이렇게 일어난 것은 어떤 기분 좋은 문자를 받은 탓이었지만, 그 일어나던 순간은 글로 써놔야 겠다 싶을만큼 기분이 나빴다.

  악몽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청부 살인을 하는 꿈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아침부터 듣기엔 구역질나기에 적진 않겠다. 다만 내가 기분 나빴던 것은 내 스스로가 이미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정도로 '타락'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어림도 없을 일이었다.

  사실 그 순간에 아무런 내적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그 지령을 전해 받은 순간, 심지어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난 내적 갈등을 겪었고, 그것이 내 머리로 느껴졌다. 하지만 정황 상 '어쩔 수 없다'라는 핑계를 대며 난 첫번째 살인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체를 확인해야 했지만, 잡힐 가능성과 다음 살인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급히 달려간 곳에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미 대상이 죽어있던 것이었다. 그 낭패감을 느끼고 있을 때 '유브 갓 메일~'이라는 소리가 들려서 깼다. 정확히 6시였다.

  Thanx, baby. U saved me.

  덧. 차후의 기헉을 위해 자세히 써 두어야 겠다. 첫번째 살인은 아빠의 차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열고 지나가며 칼로 서 있던 사람을 찌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차는 내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돌았고, 난 그러면서 수차례 찌르고 또 찔렀다. 그리고 난 차에서 내려 황급히 다음 장소인 학교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그 과정에서 소위 '명문고' 생인 내 공연 - 난 졸업 기념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 을 잘 보겠다는 인파에 잠시 휩싸였지만, 마음이 급한 난 서둘렀다. 지정된 장소에 겨우 도착해보니, 이런, 이미 내 대상은 누군가에게 살해된 뒤였다. 사실 이번에는 아까처럼 사용할 수 있는 차도 없고 해서 어떻게 깔끔하게 처리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인간화된 '괴물' - 영화 괴물의 그런 괴물 말이다. - 이 이미 내 대상을 먹어치움으로써 처리한 뒤였다. 난 그 광경을 보고 토악질을 하며 사체의 잔여물을 처리하기 위해 물을 흘려보낼 수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