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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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70623

zeno 2008. 6. 24. 00:21
  '일상'과 '사람'이라는 두 단어가 목을 졸라온다. 가장 단조로우면서도 안정적이어야 할 일상,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의지해야 할 사람, 이 모든 것이 소년을 압살하고 있다.
  일상은 곧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현실은 교과서에서 일러주는 것과 매우 다르다. 교과서는 정의와 아름다움, 그리고 진리를 논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 어느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정의를 꿈꾸던 소년은 현실을 알아가며 절망하고 또 절망한다. 의지를 꺾고 싶은 생각이 수 없이 들지만, 그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 때문에 그 결정도 쉽지 않다. 그러나 소년은 불의 앞에 한 명의 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력하다. 불의 앞에 맞서기에는 그가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회 비리 앞에, 일상의 폭력에 대해, 아무런 빽도 권력도 돈도 없는 이는 그저 무력한 밥버러지일 뿐이다. 그걸 그나마 할 수 있다고 알아왔던 기자질도, 그에게는 너무 벅찼다. 그래서 그는 펜을 꺾었다.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한계일 뿐인 자신의 역량을 안 그는 도무지 언론으로 이 빌어먹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일상적 매몰을 가져오는 그 행위에서 그는 도무지 그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작고 약한 소년은 진선미의 마지막 보루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시절은 하수상하고,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다. 다시금 소년은 자신의 무력함을 탓하며 눈물 흘리고 절망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사람은 또 다른 시련이다. 사실 그 소년은 정말 극미한 자극에도 깨질 정도로 위험한 존재이다. 그런 그에게 지난 이십년의 세월은 스러지고 타락하며 자조만으로 스스로를 채워가는 순간들의 집합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을 원했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주고, 지친 그에게 등을 내어주며, 극미량이나마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길 갈구했었다. 하지만 지금껏 어느 누구도 그에게 사람은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애인도, 그 어느 누구도 오아시스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방황했다. 조금이나마 그에게 힘이 되주었던 존재가 전무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코 완전한 쉼터가 될 수 없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제대로 길들이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 자신들을 내어주지도 않았다. 그/녀들과 소년은 항상 남일 뿐이었다. 그/녀들이 하나의 무리를 지을 때마다 소년에겐 화살이 날아왔다. 앞에서는 웃는 낯으로 대하던 그/녀들이 뒤에서 소년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한다는 것을 소년이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누군가를 통해 그/녀들이 왜 소년을 기피하는가, 미워하는가, 욕하는가를 들을 때마다 소년은 허물어졌다. 믿음을 잃었다. 지쳤다. 울었다. 그래서 소년은 더욱 더 사람을 찾아헤맸다. 결코 죽지 않는 '사람의 아들' 아하스 페르쯔처럼 역시 '사람의 아들'인 소년 역시 사람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항상 모든 행위는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그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소년의 숨통을 하나씩 차례대로 끊어갔다. 심폐소생술까지 배워가며 자생하려던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젠 극약 처방만이 남았다.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