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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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 Baseball

손쉬운 승리, 스치는 불안

zeno 2008. 3. 8. 23:32




  오랜만의 야구 포스팅이다. 그만큼 오늘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 호주전의 인상이 깊었다. 스코어는 16 - 2, 모두들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큰 차로, 7회 콜드게임으로 이겨버렸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이렇게 화려한 타격을 보여준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만큼 지난 번 예선에서는 형편없었다. 늘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란.

  그래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포토블로그를 표방하는 만큼, 적당한 사진을 찾다보니 마땅한 사진이 없더라. 개인적으로 이승엽은 굉장히 안 좋아하고, - 물론 오늘 승리의 수훈갑을 세웠지만 - 류현진은 오늘 딱히 활약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고,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실제 플레이 장면으로는 이택근이 2루에 도달하는 것을 찍은 컷 밖에 구할 수 없었다.

  다시 야구의 시즌이 오다니 정말 행복하다. 과연 야구 없이 살 수 있을까. 4월도 아닌 3월부터 야구를 볼 수 있다니.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나로선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2년 전 이맘 때, WBC가 열렸을 때 1학년 1학기의 활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걱정도 된다. 그 때 페이스를 한창 끌어올려 펄펄 날아다녔던, 야구의 신 종범 성, 그때도 잘쳤던 승엽리, 마무리로 변신해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채노팍 등이 그 해 죽을 쒔기 때문이다. 보통 프로야구는 4월 초에 개막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겨우내 스토브리그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이맘 때나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재작년 3월, WBC에 나섰던 한국인 선수들은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정도인 2월부터 페이스를 올렸고 덕분에 그 해 시즌을 망쳤다. 겨울부터 지나치게 무리한 탓이었다. 특히, 그 이후 은퇴 기로에까지 몰린 종범 성과 팀에서 대놓고 2군 취급을 받는 채노팍만 생각하면 눈물이 주룩주룩. ㅠ_ㅠ

  사실 프로 정신에 완벽히 입각하자면, 국대팀 출전을 고사할 수도 있다. 특히, 3월에 이뤄지는 WBC나 올림픽 예선 같은 경우에는 그 해의 시즌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에 열려 '노동자'인 프로 선수에게 꽤나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국가주의가 몹시 강한 나라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국대에 뽑힌 선수들에게 당연히 '국가대표'에 걸맞는 실력과 행동을 보이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딱히 그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그들이라고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가? 그들이 한국에서 태어나서 그런 대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난 채노팍과 승엽리가 촘 많이 불쌍하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IMF 외환위기라는 국난 극복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던 채노팍은 노구를 이끌고 아직도 한국의 대표라는 넝마를 뒤집어 쓰고 있고, 홈런타자로 거듭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승쨩은 이제 몸이 아파도 나라의 부름에 자연히 응할 뿐이다.

  이미 상업화 된 프로스포츠에게 지나친 요구를 할 수는 없다. '근대국가'의 굴레 안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것처럼 사고할 수는 없지만, 70년대나 80년대처럼 국가의 이해에 복무하는 프로 선수들이 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정말 후진적이어서 부끄러울 정도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야구는 계속 된다. 4월에 시작된 프로야구는 각 팀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나를 벌써 들뜨게 한다. 과연 올해의 클래식은 누가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