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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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어느 댓글을 보고

zeno 2007. 11. 23. 23:19
  요즘 '우석훈'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시작한 '88만원 세대' 읽기는 내게도 전염되어 제네바 가는 길에 재밌게 읽었고,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그 난삽한 스타일이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시들해졌었지만 어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술동아리 CoSociology에서 주최한 강연을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아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예전에 링크해뒀던 그의 블로그도 다시금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바로 '논술'에 관한 글. 사실 글 내용보다는 댓글에 더 눈이 갔다. 자신이 몇 년 전에 민족사관고 학생들의 논술 답안지를 채점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의 댓글에서 지칭하는 민족사관고 학생이 바로 나와 내 동기들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 참 열악한 환경에서 시험을 봤었다. 초암과 동아일보에서 주최했던 논술 모의고사를. 어쩌다 보니 입상하긴 했었는데 (이거 자랑맞다. 안 그래도 요즘 스스로의 글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이거라도 자랑해야겠다 싶었다. 재수없어도 불쌍하게 여겨 주시라.) 그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쨌거나 들뢰즈를 언급한 이가 있었다는데 그건 누군지 모르겠고 (고2가 들뢰즈라니 ㅎㄷㄷ이다. 난 대2때 강의를 들어도 뭔 말인지 전혀 모르겠던데 -_-) Foucalt를 매우 좋아하는 한 소녀도 있었고, (맙소사. 난 처음에 저걸 포칼트라고 읽었다. 지난 겨울 전까지 불어라곤 봉쥬르밖에 모르던 무식한 나인데 내가 어찌 푸코인 줄 알앗겠는가!) 야스퍼스의 어떤 책을 끌어다 쓴 소녀도 있었고,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의식'을 모든 논술에 들이대는 소년도 있었고, (아직도 그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많은 현상을 '희생양 의식'으로 설명하고 있긴 하다.) 하여튼 여기저기 끌어댄 동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무식했다. 아는 것도 없고, 원전도 읽은 것도 없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고2 되던 해 3월 1일에 샀는데 아직까지 한 페이지도 보지 않았다. 맙소사!) 그래서 그냥 되도 않는 논리를 펼쳤었다. 아마 지금 보면 더 웃음만 나오겠지만 독창적이려고 나름 노력했었다. 학원을 안 간건 아니었지만 - 그 해 여름 아마 거의 모든 인문계열 학생은 대치동에 논술 이데아란 학원에 함께 다녔다. - 거기서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진 않았었고, 언제나 난 내 고집을 우선시했다. (그 때 추천 받았던 책들은 여러권 샀지만, 그 중 읽은 건 아마 '아름다운 집' 한권일게다.)
  뭐, 그래서, 말하자면, 그냥, 그랬다고... 사실 별 내용을 쓰려던 건 아니라 그냥 어떤 댓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