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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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 Scout

In Geneve

zeno 2007. 10. 1. 12:00

  스카우트 관련해서 회의 하느라 제네바에 있습니다.

  아마 연락이 되기는 힘들겠죠.

  그래도 다행히 휴대폰이 생겼어요.

  번호는 077 445 3049에요. 앞에 스위스 국제 전화번호 붙이는 거 잊지 마시고, 077에서 0은 빼고 누르셔야 해요. 시차는 여기가 서울보다 7시간 늦답니다. 감안해서 전화를 해주세요.

  이 메일은 이전과 같이 zenovelist@naver.com으로 보내주시면 되요.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급한 일은 전화로 해주셔요.

  10월 1일 낮에 돌아와요. 그 때 이후로 뵙지요들.

  선물은 뭐 봐서.. ㅋㅋ

  엽서는 관심 있는 분 댓글로 ㄱㄱ (사실 제네바 뭐 별 거 있겠나 싶어요.)

  ---


  2007/09/26 07:26 (현지 시간 00:26)

  24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갖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다. 사실 지금 호텔방 침대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설마 했는데 정말 무선 인터넷이 된다니! 대신 호텔은 한 2성이나 3성 쯤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호텔보다는 여관에 가까운 그런 곳. 이런 데서 무선 인터넷이 될 줄이야. 게다가 집에서보다 빠르다. 믿겨지지 않는군.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 힘들다. 오늘도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았다. 사실 지금 시간도 잘 모르는데.. 한 12시 반 쯤 되지 않았나 추정만. 내일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가능할까.
  아, 여기에 쓰기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답답하다.
  어쨌거나 한줄요약하자면 무진장 고생하고 도착했다는 거.
  앞날이 막막하군.
  며칠 안 되는데 첫 날부터 이렇게 진을 빼다니.
  일례로, 화장실에 물컵과 비누 밖에 없음..
  치약은! 칫솔은! 샴푸는!
  칫솔하고 샴푸는 챙겨왔는데 치약이 에러 -_-

  11:46 (04:46)

  자다 깼다. 분명 여독은 있을텐데 아무래도 긴장한 모양이다. 잠이 다시 안 온다. 사실 시간이야 때우자면 무궁무진하게 할 것은 많다. 다만 차후가 걱정될 뿐이지. 으어, 모르겠다. 설마 잡아 먹기야 하겠어. 지난 여름 영국에서 서양인들에게 호되게 데인 뒤로 일종의 homophobia가 생긴 것 같아 걱정이다. 좋지 않은데.

  13:31 (06:31)

  노트북을 안 가져왔더라면 큰일났을뻔 했다.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내 정신을 볼 때, 노트북이 없었더라면 밤새 외로움과 지난 하루 가량의 시간 동안 고생한 것이 마음에 사무쳐 밤새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허나, 다행히도 노트북을 가져왔고, 인터넷이 되고, 준비해 온 어댑터가 잘 작용하니 천만다행이다. 덕분에 잠이 안 옴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시간도 보내고 혼자 떨어져 있어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나 불안감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흠이라면 노트북이 매우 오래된 모델이라 가져 온 연애시대 디브이디가 읽히다 말아서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정도랄까. 그리고 주최 측과 발생한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회의를 처음 시작할 때 껄끄러울 관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쓰이는 것 정도? 아, 오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위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은 아픔도 있구나. 아, 기내에서나 호텔에서나 잠을 제대로 못 자 머리가 아픈 것도! 쓰다보니 나쁜 게 한두가지가 아니군. 역시 난 아직 '불평쟁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가 보다.

  시간이 나니까 그간 한 고생을 좀 설명해보자. 사실 이번에는 기필코 쓸 예정(!)인 '여행기'에 상세하게 실을 생각이니 간략하게 적을 것이다. (정말?)

  자, 출발을 했다.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 인 카운터에 갔다. 여권과 전자항공권을 내밀었다.
  "예약 하신 거 맞나요? 변경하신 건 아니구요? 예약이 안 되어 있는데요..."
  "네?!"
  어익후.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그래도 아직 한국이다. 핸드폰도 있고... 담당자한테 연락해봤더니 예약 바꾸거나 한적 없단다. 결국,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
  한참을 기다렸더니 직원이 돌아와서 하는 말. "시스템 오류라네요. 죄송합니다. 저도 오래 일했지만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요."
  문자하던 친구 녀석은 액땜 했다 치란다. 그래, 그렇게 가는 거지 뭐.
 
  비행기를 탔다. 원했던 태로 이코노미 클래스 내에서 앞자리에다가 복도! 아싸!
  허나, 내 뒤를 따라오던 흑인 꼬마들과 그 녀석들의 가족들이 바로 앞줄에 앉는다.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구나. (머엉)
  내 우려는 결국 틀리지 않았다. 총 네 명의 꼬마들이었는데 그 중 두 놈이 돌아가면서 계속 떠들고, 돌아다니고, 심지어 울어 제끼는 거다! 이륙하자 마자 나온 비빔밥에 환호하며 잠을 청하기 위해 억지로 맛없는 화이트 와인과 맛은 있으나 역시 쓴 독일 병맥주를 마셨지만, 아이의 성난 울음에 수마가 달아나버렸다. 11시간 가량의 비행 동안 계속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지만, 고비때마다 나오는 아이들의 소음에 가장 길게 잔게 30분 정도였고, 결국 잠을 포기하고 '88만원 세대'와 함께 했다.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허나 나의 목적지는 제네바! 그 말은 환승해야 한다는 거-
  꾸역꾸역 환승하러 게이트를 찾아가는데, 어? 목적지가 Genf라고? 이상하다, 난 Geneva나 Geneve에 가야 하는데... 시간은 2시간 여 남았고, 유로가 없으니 무거운 짐 들고 면세점 돌아다니는 건 귀찮기만 하고, 다시금 대합실에서 '88만원 세대'와 함께.
  탑승을 몇 분 앞두고 궁금해서 데스크의 승무원에게 물어봤다.
  "저기, 실례합니다. 이 티켓 여기서 타는 거 맞나요?"
  "맞아요."
  "저, 근데 전 Geneva에 가는거지 Genf에 가는 건데요."
  "맞잖아요."
  "네?"
  "Genf가 독일어로 Geneva잖아요!"
  "네? 아... 감사합니다."
  나 참,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벌써 아침 7시 15분이다. 이제 슬슬 씻고 나가야 할 시간. 제네바 도착기는 To be continued. 아마 밤에 이어 쓸 수 있겠지?

  07/09/28 07:57 (00:57)


  어쨌거나 저쨌거나 보딩 타임은 왔고, 무려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소형 비행기더라. 프로펠러기는 아니고, 그냥 쪼그만 거.
  결국 한 시간이 채 안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뻗었다. 옆에는 무려 미녀(!)가 앉았는데! 그렇게 제네바에 도착했다.
소형기여서 그런지 짐 찾는데 얼마 안 걸렸다. 여권 심사도 말 그대로 '지나가는 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더라. 나만 여권을 펼치다 경찰의 'OK' 소리를 듣고 머쓱하게 집어 넣었지.

  생각보다 낮에 많이 못 썼다. 사실 쓴 거의 대부분을 날려서 이것 밖에 안 남았다. 수면 부족으로 하루종일 멍하게 있었고, 저녁 시간 내내 돌아다니는 와중에 계속 졸았다. 아무래도 지금은 자고 일어나서 시간 될 때 써야할 것 같다.
  혹여나 기다렸던 분이 계시다면.. 미안!

  07/09/29 08:06 (01:06)

  아무래도 오늘도 이어서 쓰기 힘들 것 같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졸려 죽겠어서 이틀째 저녁 먹는 식당에서 - 얘넨 무슨 9시에 식당에 들어가서 10시에 음식을 시키고 12시까지 먹는다냐... - 계속 꾸벅꾸벅 조는데도 지넨 좋아라 먹고 떠들고, 온통 프랑스어 뿐이라 난 그냥 벙찌게 앉아 있고. 먹을 것도 말 그대로 '생명 연장' 수준 정도만 먹고.
  사실 하는게 별로 없다. 어제부터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잘들 하길래 가만히 있고, 딴짓하고 있었더니 이젠 아예 신경쓰지도 않는다. 하루에 인사말 제외하고 내용 있는 말 하는게 열 문장이나 됐을라나? 그러다보니 나머지 애들은 열심히 회의하고 있을 때 난 열심히 옆에서 시간을 때운다. 그러다 쉰다면 쉬고, 밥 먹으면 밥 먹고, 움직이면 움직이고. 별로 좋진 않다. 근데 뭔가 이렇게 무시당하는 입장이 되니까 좀 짜증난다.
  지금도 걔넨 12시 반까지 - 무려 자정을 넘겨서까지 - 저녁을 먹고 떠들다가 호텔에 와서 회의한다고 갔다. 나보고 선택하라길래 냉큼 잔다고 했다. 어차피 가서 시간 때울바에야 차라리 자는 게 낫지. 어차피 내가 있으나 없으나 차이는 없다. 그걸 그들도 알고 나도 안다는 게 문제다.
  덕분에 출국 때까지 제네바 구경할 시간 정도도 제대로 안 날 것 같다. 아무리 볼 게 없는 동네라지만 그래도 와서 아무데도 못 가보는 건 끔찍한데. 사실 프랑스어만이 통하는 동네 - 도대체 누가 제네바가 국제도시라는거야! -라 내가 혼자 다니기엔 몹시 불편하지만 - je ne parle francais - 이렇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기분은 참으로 좋지 않다.
 아, 몰라. 언젠가는 끝나겠지. 한국이 역시 제일 좋은 것 같다. 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잡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또 많이 배워간다.
  아, 그리고 제네바는 춥다. 한국에서 겨울에 입는 것 같이 입고 다니는데도 추워서 덜덜 떨린다. 사람들도 대부분 겨울옷 차림들이다. 제기랄. 뭐 이런 동네가 다 있지.

  2007/09/29 14:28 (07:28)

  아침부터 이러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컴질이라니. 그러나 오늘 무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 그것도 룸메가 자고 있어서 소리 크게 안나게 조심해야 하고. 이제 한 하루정도만 견디면 돌아간다. 으휴. 고생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