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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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감기

zeno 2007. 3. 31. 21:32
  감기에 걸린지 일주일이 넘었다.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 내가 뭐라고 지껄이는지, 무슨 말을 하고픈건지도 잘 모르면서 되는대로 주워섬겼던 말들, 지나친 기침의 연속으로 찾아온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두통, 약 때문인지 아파서인지 하루 종일 나른해서 매 수업에서 잤던 날들,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오래 쉰 상태인 목소리, 지쳐가는 나날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발대식에서 혼자 툴툴대며 재미없다고 찌질대고 있던 시간들, 한동안 답을 찾아오다가 누군가의 말로 조금이나마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대화, 그동안 말로만 들었을 뿐 보지 못했고 그래서 느끼지 못했던 누군가의 눈물, 그 눈물을 보고 든 후회와 반성 그리고 애정, 그 와중에 잔머리를 굴려 비오는 사이로 사람들을 데려다 주던 센스, 정말 전혀 먹지 않은 술 값과 안주 값을 내려니 미칠듯이 아까웠던 돈들, 사람들을 데려다 주는 와중에 지난 몇 주간 가고 싶었던 노래방에 대한 갈증 때문에 불렀던 두 곡, 폐까지도 목소리가 안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짜증났던 노래, 그리고... 무언가 하려던 의지에 역행하는 신체를 느끼며 자포자기 하고 있는 지금.

  감기로 시작해 하고 싶었던 말들은 이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