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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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취하고 싶다

zeno 2007. 1. 27. 00:34
  그냥, 침대에 누워 엠피로 라디오스타 봤는데 최정윤이 취하는 장면 보면서 문득 '취하고 싶어지더라. 보면서 잠시 생각해보니 난 지금까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적이 없더라구. 매 술자리마다 조금만 마시거나, 많이 마시더라도 천천히 마시거나, 마시다가 '어느 정도'에서 그치거나.
  '나는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스스로 주장하며 마치 나 혼자 '감정'이 살아있는 척 하지만, 항상 술 마실때면 '이성'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절제'해 왔다. 결국 난 '감정'에 충실한 짐승이기보다는 기계에 가까운건가.
  항상 절제하는 모습만을 보였는지, 대학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술을 '전혀' 못 마시거나, '조금'밖에 못 마시는 줄 안다.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들은 내가 술이 '세다'고 말하곤 한다. 나는 어떤 걸까? 고백하자면, 소주는 한병 반까지 마셔봤고, 맥주는 1000cc 정도까지는 마셔 봤다. 물론 정신을 잃은 적은 없고 다만 내가 취했다고 느낀 정도. 저것도 기억에 의존한거라 부정확하다. 저보다 더 마셨을수도, 특히 맥주는. 다른 술은 거의 안 먹기 때문에 주량을 측정할만하지도 않고.
  굳이 다시 생각해보니 난 정신을 잃고 싶은거 같다. 남들에게 항상 절제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망가진, 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달까. 최정윤이 술에 취해 속을 털어놓는, 영상매체에서 수없이 접할 수 있는 그 진부한 장면이 갑자기 와 닿았달까. '나도 그러고 싶다.' 뭐 또 생각해보니 굳이 정신을 잃자면 독한 담배나 마약도 해당될 것 같다. 사실 술은 조금이라도 위에 들어가기만 하면 위가 쓰려서 싫다.
  아, 정말 누군가 만나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