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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분열의 사회학

zeno 2012. 2. 10. 15:27
어제 한 인문사회과학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엄기호의 신간(이라기엔 나온지 좀 됐지만)을 보다 보니, '분열'이라는 키워드로 노무현의 죽음을 해석하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대선에선 노무현의 정의감에 표를 주고서도 정작 집값 안 오른다고 욕한 분열된 자아? 사실 이 테마는 우석훈/박권일의 <<88만원 세대>>, 김홍중의 <<마음의 사회학>> 등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이른바 '386'의 면면이다. 이를 좀 더 확장시켜서 해석하는 방식이 한국 사람들의 '분열성'에 관한 것인데-엄기호의 책에도 간략히 묘사되고 있다-, 결국 내 관심사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모든 자원과 시간이 보장된다면" 하고 싶은 연구를 묻길래, " 한국에서 '경제'와 '(경제적) 생활/생존 방식'의 원인 및 역사적 형성 과정과 현재적 양태"라 대답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보다 하고 싶었던 말은 "왜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돈(경제)'에 목을 매면서도 '정의로운 왕(대통령)'을 기다릴까?"라는 문제의식이었다. 돌려 말하면, '돈'과 '정의' 사이에서 분열된 망탈리테를 보이는 것인데, 이것을 탐구하는 것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가 싶다. 김홍중의 용어를 빌자면, 한국인들의 '마음의 레짐' 한 가운데 진정성과 함께 존재하는 '욕망'이랄까. 이것을 "분열의 사회학"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런 화두를 가지고 계속 공부를 한다면, 진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켜 준 엄기호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 (이 같은 관심사는 유학을 가지 말까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