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학적 인간 본문

저널 / Zenol

현학적 인간

zeno 2010. 1. 10. 21:56

마르셀 뒤샹, Bottle Rack

"중세 서양에서 썼던 고문도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냇가에서 고기잡을 때 쓰는 통발 같아 보이기도 한다. 각 단(층)마다 접합되어 있는 돌기들이 무규칙적으로 있는 것을 보아 단순한 철제골조물이 아니라 발산의 느낌을 표현한 듯 하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물의 형태는 거꾸로 수렴을 느끼게 한다. 수렴과 발산이 동시에 나타나는 인간의 양가적 감정같다. 원형의 크기가 커져도, 작아져도 돌기(인간)간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인간 간의 최소한의 거리의 상징이다."

사진에 있는 뒤샹의 작품을 본 뒤 했던 단평이다. 쓰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평을 들은 뒤에야 스스로가 얼마나 현학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이것이 어떠한 심미적 가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맥주병을 걸어 말리는 '병 말리개Bottle Rack'로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스스로의 현학성을 어떻게 현실과 접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건 딜레마다. 일상어만을 구사하는 이는 교양이 없다면서 은근히 무시하고, 현학적이기만 한 이는 재수없다면서 은근히 경멸하니 사실 스스로가 가장 무시와 경멸의 대상인 것도 같다. '현학적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혹은 태어났는지 궁금하면서도 갑갑한 게 참... 교양을 지키면서 현학적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